대부분의 신체 활동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가능하다. 눈을 깜빡이고, 음식을 먹고, 숨을 쉬는 등 매우 기본적인 활동도 마찬가지. 따라서 근육의 힘이 약해지면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힘들어진다.그런데 이러한 근육에 문제가 생겨 근력이 점차 감소해 신체활동에 장애가 생기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근육 관련 희귀 질환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근육병(myopathy)’이라고 통칭하는데, 이중 약 80%가량은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성이다. un은 이러한 ‘유전성 근육질환’을 5대 중증 진행성,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근디스트로피, 소아에서 주로 발생대표적인 유전성 신경근육 질환 중 하나로 ‘근디스트로피(muscular dystrophy)’가 있다. 근육을 구성하는 데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원인 유전형에 따라 60가지 이상의 개별 질환으로 분류되는데, 성인보다 소아에서 발생하는 종류가 많다. ‘듀센형 근디스트로피(dmd)’는 근디스트로피 중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유형이다. 특히 남자 아이에게서 많이 발견되며 3,500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md가 있는 소아는 보통 3세에서 5세 사이에 근력이 약화되기 시작하는데, 걷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자주 넘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심장 근육이 쇠약해지면서 크기가 비대해져 심장박동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또한 듀센형 근디스트로피가 있는 아이는 주로 언어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지적 장애가 나타난다. ‘베커형 근디스트로피(bmd)’는 dmd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생겨나서 근육의 소실을 유발하는 근육 소모성 질환이다. 임상증상은 dmd와 비슷하지만, 발병 시기와 진행 속도가 더 느려 10대 후반까지도 보행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bmd와 dmd는 모두 20~30대에 심근병증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고, 환자 중 절반가량은 20대 중·후반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 유형이다. 출생 직후 또는 영아기부터 증상이 시작되는 ‘선천성 근디스트로피(cmd)’는 다양한 유전자의 결함을 보이는 질환군의 유형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푸쿠틴 유전자의 변이로 발생하는 ‘후쿠야마형(fcmd)’과 콜라겐 6 단백질의 결핍 또는 이상을 유발하는 ‘울리히형(ucmd)’의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 cmd는 골격근뿐 아니라 심장, 뇌, 수정체 등 여러 장기를 침범하는 질환으로 주요한 증상으로는 근퇴행위축 증상(근력저하로 인한 보행능력 상실, 호흡 근력 약화, 심장기능 약화 등), 시야장애(백내장, 망막 형성장애, 고도근시 등)이 나타난다. 소아기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대에서 발생하는 근디스트로피도 있다. △몸통과 가까운 골반, 허벅지, 어깨, 위팔 등을 위주로 근력 약화가 발생하는 ‘팔다리이음 근디스트로피(lgmd)’ △얼굴, 어깨, 위팔, 몸통에서 먼 다리의 원위부 등에서 신체의 좌우에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 ‘얼굴어깨위팔 근디스트로피(fshd)’ △얼굴, 목, 사지의 근력 약화와 위축, 그리고 근육 긴장이상을 보이는 ‘근긴장 디스트로피(myotonic dystrophy)’가 대표적이다. 발병 연령대가 다양한 만큼 위와 같은 종류의 근디스트로피는 환자의 나이에 따라 병의 진행 속도와 예후, 증상의 정도에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징후 보이면 근디스트로피 의심근디스트로피 환자는 근육의 위축과 근력 저하가 진행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발병 시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징후들이 있다. 다음과 같은 징후를 보인다면 근디스트로피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가우어 징후(gower sign)는 근육의 위축이 나타나면서 앉은 자리에서 일어설 때 매우 힘들어 하는 양상을 의미한다. 만약 자리에서 일어날 때 손과 발을 모두 바닥에 대고 힘을 주어 몸을 지탱한 채 엉덩이를 들어올린 후, 양손을 조금씩 발 가까이로 가져가서 손으로 허벅지를 지탱하며 일어서는 모습이 보이면 가우어 징후를 의심할 수 있다. 트렌델렌버그 징후(trendelenburg sign)를 보이는 소아는 골반의 높이가 심각하게 달라지면서 보행장애가 나타난다. 트렌델렌버그 징후가 발현되면 까치발을 한 채로 걷는 모습을 보이다가 점차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뒤뚱거리면서 걷는 오리걸음을 한다. 복부를 앞으로 내민 채로 걷는 자세를 하는 경우에도 트렌델렌버그 징후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트렌델렌버그 징후가 보이는 소아는 4~5세까지 이런 걸음걸이가 계속되고 장딴지의 근육이 지방과 섬유화 조직으로 대치돼 장딴지가 딱딱하고 비대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 근디스트로피근디스트로피의 치료제 개발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완치를 위한 방법은 알려진 것이 없어 꾸준한 관리가 최선인 상황이다. 근디스트로피를 관리하는 데에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재활 치료로, 호흡, 영양, 관절, 척추 합병증 등을 관리한다. 특히 보행이 가능한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기 위해 근력을 유지하고 관절의 구축을 예방하는 운동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호흡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심호흡 운동과 호흡 재활 치료 등 폐 기능 향상 치료를 함께 실시한다. 가정에서는 보호자와 환자 본인이 작업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환자 혼자서도 세안이나 식사, 옷 갈아입기 등 일상생활을 직접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때 환자가 열등감이나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가족의 역할이 중요한데, 필요한 경우에는 정신 상담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아울러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지속적인 추적관찰이 권고된다.